식민지 아카데미즘의 '조선문학사' 인식과 그 지정학적 함의: 자국(문)학 형성의 맥락에서

Title
식민지 아카데미즘의 '조선문학사' 인식과 그 지정학적 함의: 자국(문)학 형성의 맥락에서
Other Titles
The Consciousness of “Korean Literary History” and its Geopolitical Implication in Colonial Period Academism
Authors
류준필
Keywords
자국학의 이념, 조선문학사, 지정학, 식민지 아카데미즘, 조윤제, 김태준, ideology of Korean studies, Korean literary history, geopolitics, academism in colonial period, Cho Yunje, Kim Taejun
Issue Date
2014-02
Publisher
한국학연구
Series/Report no.
한국학연구 ; 32권 pp 93~124
Abstract
‘조선학’이라는 자국학(자민족학)의 이념은 기본적으로 지역학적-지정학적 성향을 지닐 수밖에 없고, 그런 측면에서 내적 모순과 불안정성이 내재되기 마련이다. 한편으로, 자국학의 전체성이 하위 분과학문적 지식으로 끊임없이 개별화될 때 이러한 개별화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 개별 영역들의 독자성으로 인해 통합을 저해하는 상호 충돌과 모순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대학의 학과 제도를 선도한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자면 자국의 표상적 전체성이라는 자국학의 이념은 ‘일본(민족)과 非일본(중국)의 분리’라는 지정학적 구획의 확정과 더불어 ‘문ㆍ사ㆍ철’ 등 분과적 제도화가 상호 중첩되는 과정과 연관되어 있다. 여기엔 늘 단일한 실체로서 상상되는(또는 상상되어야 한다는) 국가=국민과 개별화된 지식 편제의 불일치 관계가 개재된다. 따라서 대학이 상징하는 학과 제도의 정립 여부가 곧장 자국학 이념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 식민지 시기 한국학 형성과의 관련 속에서 이러한 사정을 헤아린다면 두 가지 측면이 고려될 필요가 있겠다. 첫째, 식민지적 상황에서도 자국학의 이념은 동일한 방식으로 형성되는지 여부이다. 둘째, 경성제국대학의 분과학문 체제 등장이 조선학 이념 구성에 어떤 작용을 하였는지 하는 문제이다. 그렇지만 식민지라는 조건은 순차적ㆍ계기적 연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둘 사이의 관계를 서로 분리시켜 각기 독자적인 흐름을 이루도록 만들었다. 3ㆍ1운동 직후의 최남선의 조선학 선언은 “조선에 관한 지식의 통일적 방면, 근본적 방면을 찾았다.”는 천명에서 보이듯, 통일성과 근본성의 정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조선을 하나의 단일한 실체로서 혹은 표상적 전체성으로서 포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통일성이자 근본성이겠다. 조선학의 자국학적 이념에 다름 아니다. 당연히 조선의 자주와 독립을 보장하는 조선학이면서 바로 이 조선학의 이념으로 인해 조선의 자주성이 다시 보증되는 구조이다. 달리 말해 ‘식민지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립되는 조선학’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안확의 『조선문학사』(1922)와 『조선문명사』(1923) 등은 보다 실질적인 조선학 이념의 구현이었다. 최남선과 마찬가지로 안확의 조선학=자국학적 이념은 인류와 세계에 조응하는 보편성(보편적 가치)을 조선 민족 혹은 국가라는 지정학적 경계 내부에서 검증하는 성취였다. 1920년대 초에 그 형태를 드러낸 안확과 최남선의 ‘조선’은 정신-물질의 대비 등 초월적 계기를 내포한 이원론에 근거하여 인류ㆍ세계와 같은 보편적 지평과의 조우한다. 이를 통해 그들의 조선학은 이념적 정당성을 마련했다. 세계ㆍ인류라는 차원과 연결된다는 전제 위에서 조선 민족의 위상을 확보했다. 보편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하는 전형적 구도는 이렇게 설정되었다. 물론 그 관념론적 편향과 사회주의의 발흥 등으로 인해 학술 담론에서 주변화되었지만, 보편성의 독자적 구현이라는 근대 자국학의 기본 이념을 구조적으로 선취하였다는 의의는 분명해 보인다. 경성제국대학 설립 이후 식민지 아카데미즘은 분과학문의 제도화를 정립하였고, ‘조선문학’의 경우 그 함의는 두 가지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하나는 ‘조선-문학’의 관계 속에서, 다른 하나는 ‘(조선)문학-(지나)문학-(…)문학-(…)문학…’이라는 연쇄 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이 함의는 식민지라는 조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경성제국대학의 학과 구성이나 총독부의 조선 조사 및 연구 등 식민지 조선의 특수한 상황 속의 문제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식민지 시기의 아카데미즘에서 ‘조선문학(사)’의 학술사적 의의를 묻는 자리에서는, ‘문ㆍ사ㆍ철’에서 문학이라는 개별성과 ‘조선’문학이라는 지정학적 개별성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조선문학사’를 형성하였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식민지 아카데미즘에서 ‘조선문학사’ 인식을 자국학 이념의 표상적 전체성으로 상승시키는 경로 가운데 하나가 조윤제의 시가 형식론이었다. 인류 사회의 보편적 현상인 가요의 발생에 자국학적 이념을 투영할 때 발견되는 것이 ‘형식’이다. 시가를 시가일 수 있게 하는 요건인 그 형식은 이제 ‘조선’의 형식이어야 한다. 조윤제에게 시가다운 시가란 조선적 형식 혹은 그 형식화 규칙이 조선적일 수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整形的 시형을 구성한 시가의 발생이란 곧 ‘조선’의 발생이기도 했다. 『조선시가사강』의 ‘조선’은 형식 ‘이전’과 ‘이후’로 양분되는 것이라 하겠다. 시가 형식론을 입구로 삼아 조윤제의 ‘조선문학사’가 걸어간 경로는 기실 일본 시가 형식과의 대결 과정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조선시가사강』 등에서 보이는 조선문학사 인식이 중국으로 대표되는 외래문화와의 관계 를 준거로 서술되고 있지만 그 현실적 의의는 일본과의 비동질성이라는 함의가 더 짙었다. 이러한 조선문학사 인식이 식민지 상황과 조우할 때 파생 되는 정치적 효과는 분명하지만, 이러한 측면만으로 식민지 아카데미즘의 ‘조선문학사’가 학 술적 근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외래문화의 대표적 상징인 유교․한문학을 전면 배제하고서 조선문학사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의 아카데미즘이 주도하여 정립한 중국문학사의 기본 구도는 일본의 ‘지나문학사’ 인 식에서뿐만 아니라 경성제국대학의 ‘조선문학사’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문학사’와 ‘속문 학사’의 공존 가능성이 확보되는 동시에, 한문학사와 속문학사의 계기적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식틀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가령 김태준의 조선문학사 서술을 이해하자면, 󰡔조 선한문학사󰡕와 󰡔조선소설사󰡕의 접점, 즉 한문학과 국문문학의 연계성이 문학사 인식의 관건 처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URI
http://dspace.inha.ac.kr/handle/10505/39716
ISSN
1225-46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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